성공하는 사람에게는 이유가 있다

성공하는 사람에게는 이유가 있다

오늘 만난 그는 식사 자리에 앉자마자 “제가 먼저 도착해서 기다리려고 했는데 좀 늦었습니다”라는 말로 말문을 열었습니다. 점심 식사 약속이 낮 12시였고, 그는 저와 거의 동시에 도착했는데도 제가 1분 정도 먼저 도착한 것이 신기하다는 표정이었습니다. 약속에 대한 자신의 ‘철학’을 이야기하는 가운데, 늦는 사람은 항상 늦고, 10명 정도 만나는 모임에서도 어떤 이들은 총무가 연락을 해야만 몇분 늦겠다는 식으로 반응을 한다며, 그런 이들은 믿을 수 없는 사람이라고 했습니다. 자신은 항상 약속 시간보다 10분 정도 먼저 도착하도록 시간을 계산해 출발을 하는데, 오늘은 약속 시간에 맞추려고 회의 중간에 빠져나왔다는 말까지 덧붙였습니다.

그는 군대에서 장교로 퇴역을 한 다음 공기업에서 수년을 임원으로 지냈고 기관장을 한다음 현재도 한 법인의 임원으로 일하고 있습니다. 그의 나이가 60대 중반이니 웬만한 사람 같으면 은퇴를 했거나 은퇴를 준비하고 있을 나이지만 여전히 ‘현역’으로 왕성하게 일을 하고 있습니다. 1시간 30분가량 계속된 점심 식사를 하면서 왜 그가 여러 기관에서 스카우트를 당하면서 활약했는지 이유를 짐작할 수 있었습니다. 그는 매순간을 충실하게 살았던 게 아닌가 합니다. 대학원 때 미국에서 유학을 했었는데, 어느 부호의 집에 초청받아 갔다고 합니다. 저녁 식사에 초대받은 이들은 10명가량이었는데, 식사와 함께 와인이 나왔습니다. 1980년대 후반이었으니 한국에서는 와인 맛을 아는 사람이 드물었을 때입니다. 와인 맛을 몰랐을 때인데도 그 와인이 유난히 맛이 있어 와인 칭찬을 했습니다. 그랬더니 호스트를 한 집주인이 반색을 하면서 자신을 지하 와인저장고로 안내했습니다. 그곳에는 와인 병들이 벽을 가득 채우고 있었습니다. 귀한 손님들이 와서 자신이 아끼는 M와인을 내놓았는데 아무도 반응이 없던 차에 그가 와인 맛을 인정해주어 기뻤다는 말을 하며 표정이 환해지더라는 겁니다.

"약속 시간에

반드시 10분 정도 일찍 도착하는 것을

신조로 삼고 있는 것만 봐도 그의 성공이

당연하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러고 나서 20여 년이 지나고 그가 공기업의 기관장으로 있을 때 그가 호스트한 만찬 자리에 외국 손님들이 초대되었습니다. 그는 그 자리에서 식전 연설을 하는 가운데, “우리가 어느 자리에서 또 만날 인연이 있으면 당신과 함께 M 와인을 한 잔 하고 싶다”고 했습니다. 그랬더니 그 가운데 한 사람이 어떻게 그 와인을 알고 있느냐고 하면서 자신이 매우 좋아하는 와인이니 꼭 한 병 보내주겠다고 약속했습니다. 물론 얼마 뒤 그는 외국에서 보내온 M 와인 한 병을 받게 되었습니다. 저는 그에게 20여 년 전 그 와인이 맛있다는 말을 ‘접대 멘트’로 한 것이냐고 물어봤습니다. 그는 자신은 마음에 없는 말은 하지 않는다면서실제로 와인이 맛이 있었고 그것을 진정성 있게 표현했다고 했습니다.

오늘의 점심 식사 자리도 실은 그가 제안해서 만들어진 것입니다. 회사 대표로서 많은 행사에 참석하고, 수많은 사람들을 새로 만나게 됩니다. 잠시 만나도 어떤 사람들은 호기심을 자아내면서 다시 만나고 싶은 사람들이 있습니다. 그럴 때는 따로 한 번 만나야지 하면서도 시간이 지나면서 만나지 못하고 지나가는 경우도 많습니다. 오늘만난 그는 매사에 적극적으로 살아온 사람이었습니다. 수백 명이 참석한 행사장에서 우연히 인사를 주고받았다가 점심 식사까지 하게 된 것입니다.

거침없이 자신의 의견을 밝히고 상대방에게 자신의 속마음을 털어놓는 것은 자신감에서 나오는 태도입니다. 하기야 약속 시간에 반드시 10분 정도 일찍 도착하는 것을 신조로 삼고 있는 것만 봐도 그의 성공이 당연하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대전MBC 사장 이진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