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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사모광장

“나의 첫 사랑, 대전MBC!”

학창 시절 말하고 듣기 시간이 제일 기다려졌다. 쑥스러움이 많았던 청소년 시절 모든 학생들이 머뭇거리며 주저할 때 나는 머릿속에 떠올렸던 나의 생각과 감정, 의견을 정리 후 손을 번쩍 들며 발표하는 것을 즐겼다. 제일 부러운 사람이 말 잘하는 사람이었다. 말 잘하는 사람은 당당하고 표정에 생기가 넘치며 무슨 일이든 해낼 수 있는 천하무적처럼 느껴졌다. 반장, 부반장 역할을 맡으며 말로 반 분위기를 이끌었고, 어느 순간 자연스럽게 아나운서의 꿈을 갖게 된 나는 국어 공부에 집중하며 바른말 고운말 사용에 앞장섰다. 한글날이 되면 내 생일인 것 마냥 만 원짜리에 찍혀 있는 세종대왕을 바라보며 아나운서의 목표를 다시 되새겼다.


가족, 친구, 지인들을 둘러봐도 내 주변에는 방송일을 하는 사람이 없어서 어떻게 하면 방송인이 될 수 있을지 궁금했고 너무나 막연했던 그 시절, 신문방송학과를 가면 아나운서가 될 수 있는 가능성이 높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아나운서라는 꿈 하나만을 바라보며 중·고등학교 학창 시절을 보냈고, 이루고자 하는 목표가 뚜렷했기 때문에 중부대학교 신문방송학과 수시1차에 합격하였다. 08학번 학생으로 언론학개론을 처음 접할 때 기분이 묘했다. 국어, 영어, 수학 교과서와는 다른 설렘 가득한 느낌을 받았으며 전공서적이 무거웠음에도 늘 항상 가까이 두며 틈만 나면 읽었다. 학교 방송국 JUBS 22기 아나운서부 국원으로 활동하면서 아침방송, 점심방송, 저녁방송도 하고, 또 학교 축제 사회를 보며 내가 좋아하는 일을 하니 매 순간이 행복했다. 1학년 여름방학 시작 전 김재선 교수님께서 인턴을 제안해주셨다. 3~4학년 선배들이 주로 인턴 생활을 하면서 취업을 하게 되는데 1학년도 지원 가능하다 하여 동기들과 함께 인턴 이력서를 작성 후 대학생 신분의 첫 여름방학을 대전MBC에서 보내게 되었다.



생방송 오후 뉴스를 앞두고 있는 아나운서의 모습을 바로 앞에서 생동감 있게 볼 수 있었다. 뉴스 대본이 길고 또 어려운 단어들로 구성되어 발음이 꼬일까봐 내가 더 긴장되었는데, 역시 아나운서들은 방송 경험이 많은 베테랑인지 오독 없이 정확한 발음으로 깔끔하게 뉴스를 진행하는 모습을 보고 첫 눈에 반하였다. 프롬프터 앞에 앉아 바른 소식을 전달하는 아나운서가 된 나의 미래의 모습을 상상하면서 방송 후 나와 동기들은 들뜬 마음으로 아나운서께 사인을 요청하였고 사진도 함께 찍어 추억으로 남겼다.


큰 지미짚 카메라와 왼쪽, 오른쪽, 정면에 위치한 ENG 카메라, 프롬프터 등 실제 방송국에서 사용하는 기계들을 보고, 또 뉴스 촬영과 생방송 프로그램을 보면서 가슴이 벅차올랐다.


견우직녀축제, 대천보령머드축제 등 축제 행사장에서는 우리에게 FD의 역할이 주어졌다. FD는 무대감독을 뜻하는데, 제작진을 도와 무대를 완벽하게 만드는 역할이다. 나는 연출석에서 행사장에 출연하는 출연팀의 매니저에게 전화를 하여 위치를 파악하고 도착하면 음악 CD를 받아 플레이 버튼을 누르는 임무를 받았다. 처음에는 긴장을 해서 출연진이 무대에 아직 등장하지도 않았는데 플레이 버튼을 누르기도 하고, 또 타이밍을 놓쳐 늦게 버튼을 누르기도 하였다. 시간이 지나 익숙해졌고 방송이 원활하게 진행되도록 도움을 줄 수 있어 기뻤다. 스태프의 작은 행동들이 모여 하나의 프로그램이 만들어진다는 사실을 피부로 깨닫고 주어진 환경 속에서 맡은 바 임무에 최선을 다하였다. 인턴이 끝난 후에도 매년 대전MBC에서 축제가 있을 때마다 FD로 참여하며 현장 경험을 쌓을 수 있었다.


아나운서가 꿈이라면 라디오를 많이 들으면서 표현의 감수성을 익히라고 조언해 준 PD 한 분이 계셨다. 그때 이후 운전할 때마다 97.5MHz에 주파수를 맞춰 라디오와 둘도 없는 친구가 되었다. 각종 사연을 들으며 인생 공부도 하고 좋아하는 음악이 나오면 저절로 행복했다. 대전MBC <별이 빛나는 밤>에 우리 대학 방송국원들이 초대된 적이 있다. 공중파 라디오 방송에 내 목소리가 전파된 그날을 잊을 수 없다.




대학 졸업 후 초·중·고등학교 학생들에게 자신감 있는 스피치 강의를 하며 크고 작은 행사 진행을 맡았다. 그리고 대전광역시교육청 교육 뉴스를 촬영하며 교육청 아나운서로 활동하게 되었다. ‘만나면 좋은 친구 MBC 문화방송~’ 로고송에 마음이 홀려 친구처럼 편안한 진행자가 되고 싶었고, 지금은 꿈이 있는 아나운서, 꿈을 주는 강사로 학생들에게 다가가며 소통하고 있다. 2016년에는 대전MBC <견우 직녀축제> 프로그램 중 ‘우리학교 견우직녀’ 사회를 보기도 하였다. 연출석이 아닌 무대 위에서 마이크를 잡으니 9년 만에 친정으로 돌아온 느낌이었다. 대전MBC와의 인연이 참 신기하기도 하다.


생방송은 갑작스러운 돌발 상황에서 그 묘미를 느낄 수 있다. 한 치 앞도 내다 볼 수 없는 우리의 인생사. 나는 내 마음의 카메라로 매 순간을 촬영하며 한 번뿐인 인생을 생방송의 주인공으로 긴장과 설렘 가득 안고 살아가고 있다. 2008년 대전MBC를 만나 다양한 방송 경험을 쌓은 덕분에 2017년, 10년이 된 지금 나는 몸도 마음도 정말 많이 성장했다. 10년 후 30대의 내 모습과 10년 후 창립 63주년이 되는 대전MBC의 모습이 기대된다. 내 첫사랑 대전MBC!


인터넷학교방송 대표 아나운서, 병무청 사회복무연수센터 강사 김은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