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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가사람들

“하고 있는 일, 좋아하는 일, 남보다 잘하는 일”



‘예능이 아닌, 뉴스라니’

PD가 되겠다는 꿈의 시작은 우상이었던 MBC 예능국의 김민식 PD와 김태호 PD 덕에 생겼다. 나는 어릴 때 <논스톱>과 <무한도전>을 챙겨보던 마니아였다. 그런 예능 프로그램을 제작하고 싶다는 마음 하나로 PD를 꿈꿨지만, 정작 어린 철부지 시절에는 PD가 ‘유명한 연예인들을 많이 보는 사람’ 정도로 생각했던 적도 있다. 중학교 때, 방송반 동아리를 직접 개설해 많은 교내 방송을 제작했다. 처음에는 원고 작성과 촬영을 배우며 기초를 쌓았고, 점심시간에 사연과 음악을 틀어주는 교내 방송을 처음 시도했다. 학교의 축제를 알리는 홍보영상도 직접 촬영하고 제작까지 참여했다. 그때의 마음 하나로 PD를 꿈꿨던 나였지만, 대학교에 진학하며 원했던 학부의 전공과 달리 취직이란 단어에 휘말려 자격증, 스펙 쌓기에 바쁜 날을 보냈다. 과연 내가 PD가 될 수 있을까라는 두려움이 컸던 것도 사실이다.


꿈과 멀어질 수밖에 없던 현실 속에서 내가 선택한 길은 광고였다. 광고홍보학과를 복수전공하고 인턴십 대외활동을 하며 수많은 공모전에 도전했다. 어설픈 실력으로 많은 영상과 이미지를 만들며 나만의 기술을 키웠다. 그 결과, 4학년 1학기 때 광고회사에 입사를 했다. 그러나 현실은 항상 다른 것일까? 광고는 우리가 생각하는 멋있는 일이 아니었다. 4년 동안 배워왔던 프로그램 제작, 영상기술들은 쓸 데가 없어 무뎌졌고, 기계적으로 움직이고 있는 나를 보았다. 하고 싶은 일의 문턱도 밟아보지 못한 채 값진 내 인생을 낭비하고 싶지 않았다. 그렇게 나는 6개월이라는 짧은 시간을 접고 다시 컴퓨터 앞에 앉아 편집 프로그램을 켜는 학생으로 돌아왔다. 그렇게 숨찬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던 2017년 3월, 드디어 대전MBC 보도국의 문을 두드렸다. 더듬어보면 내가 PD가 된 것 역시 인연의 연속이었다.


뉴스PD는 ‘회초리’ 같은 존재

뉴스PD는 큐시트를 짜서 개별 아이템의 제목을 달고 뉴스센터에서 기술감독들과 스태프들을 지휘해 뉴스 프로그램을 생방송으로 진행한다. 뉴스센터 내의 부조정실에서 카메라 커팅을 비롯해 모든 스태프에게 콜사인을 내리는 디렉팅은 뉴스PD 소관이다.


방송에는 항상 책임이 따르는 법이다. 24시간을 생방송을 하는 점에 항상 긴장의 끈을 놓을 수 없고 그에 의한 스트레스의 강도는 어느 직군보다 크다고 생각한다. 보도국은 기자가 자신의 기사에 책임을 지고, PD는 자신이 진행하는 프로그램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하기 때문에 엄격한 잣대를 댈 수밖에 없다. 책임 안에는 제작 시간도 있다. 프로그램 제작보다는 뉴스 제작이 훨씬 더 촉박하게 이뤄지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더욱이 미리 배포된 보도자료에 의한 취재가 아니라 긴급하게 이루어지는 취재 아이템의 경우라면 더 말할 나위가 없다. 당장 섭외에 들어가고, 취재하고, 기사 작성하고, 더빙하고, 편집하고, 자막을 뽑고, 필요한 경우에는 CG 등 미술 작업도 의뢰해야 한다. 그야말로 방송 시간에 맞추기 위한 피 말리는 시간과의 전쟁이 벌어진다.

뉴스PD와 기자는 시청자를 대상으로 프로그램(뉴스)을 만든다. 왜곡된 언론에 지친 시청자를 상대로 말이다. 그런 측면에서 본다면 PD와 기자들은 시청자를 향해 결코 거짓말을 할 수 없고 게으름을 피울 겨를 없이 진실만을 전달하는 방송장이들이다. 그래서 뉴스를 진행을 위해 모든 준비를 마쳐야 하는 뉴스PD가 엄격한 잣대를 가지고 모든 스태프에게 회초리를 든다.


마음은 평생 ‘수습’

나는 지금까지 세 가지를 중요하게 여기며 살아왔다. 하고 있는 일, 좋아하는 일, 남보다 잘하는 일. 하고 있는 일은 아마 직업에 해당되지 않을까. 직업을 찾는 것은 생존의 기본이면서 또 그 자체로도 매우 중요한 과정이다. 직업의 즐거움을 알고, 세상에서 자신의 역할을 찾는 것이니까.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찾는 것 역시 꼭 필요하다. 좋아하는 일을 직업으로 삼으면 더할 나위 없이 즐거울 테니까. 하지만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찾아서 이를 즐기며 사는 사람은 의외로 적다. 나 역시 그랬으니까. 20대에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찾아 바로 그 일을 직업으로 할 수 있다면 그 이상의 성취는 없을 것이다. 마지막으로 남보다 더 잘해야 한다. 아무리 자신이 좋아하는 일이라 하더라도 타인에게 처참한 평가를 받는다면 오래 행복하기는 힘들지 않을까. 결국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찾고, 그 일을 남들보다 더 잘하는 것. 평생을 두고 고민해야 할지도 모른다.


짧았지만 시행착오를 겪으며 마침내 찾아낸 내 직업 PD. 그중 뉴스PD. 나는 내 일에 만족한다. 내가 열심히 뛴 만큼 시청자들에게 보다 빠르고 좋은 정보를 전달해 알려줄 수 있으니까. 이제 내게 남은 건 어떻게 더 좋은 뉴스를 만들며 진행해 나갈 것인지 고민하고, 찾고, 실천하는 것이다.


또 다른 출발선에서 평생을 고민하고 노력해야 한다는 점에서 항상 어떤 일이든 배움이 있다. 뉴스 또한 편하게 보이는 화면 뒤에는 수많은 사람들이 노력이 있다는 것. 뉴스가 끝나고 올라가는 스크롤 위에 내 이름이 부끄럽지 않게 끝없이 노력하고 뛰는 방송인이 되고 싶다.


최현규 뉴스PD / 보도국 편집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