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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가사람들

어서와~ 방송국은 처음이지?


아는 만큼 보인다

아는 만큼 보인다. 방송도 마찬가지. 시선을 네모난 TV 모니터의 꼭짓점 밖으로 확장시키면 앞에는 카메라가, 뒤에는 세트가, 위에는 수많은 조명들이, 그리고 주변에는 수많은 사람들이 조용한 가운데 분주히 움직이고 있는 것이 보인다. 알고 나면, 상상력은 모니터 안의 영상에 머물지 않고 꼭짓점 밖으로 무한히넓어진다.


방송이 신비의 대상이던 시대는 지났다. 오픈 스튜디오 프로그램들, 보이는 라디오, 그리고 방송 제작 과정을 소개하는 프로그램들도 많다. 심지어 스마트폰만 있으면 누구나 방송을 만들 수 있는 1인 미디어 시대다. 유튜브에는 1분마다 400시간 분량의 동영상이 업로드되고, 팟캐스트 사이트에는 1인 창작자들이 만든 콘텐츠들이 넘쳐난다.


하지만, 일반 시청자들에게 방송국은 여전히 호기심의 대상이다. 대전MBC에도 한 달에 10팀 이상 꾸준히 견학 신청이 이어진다.


“예전처럼 방송에 대한 신비감은 많이 사라졌지만 단순히 알고 있는 것과 직접 와서 눈으로 보고 체험해보는 건 다른 것 같아요. 저도 이 일을 하기 전까지는 화면에 보이는 게 다인 줄 알았거든요.”


올 2월부터 견학 안내를 맡고 있는 황효진 씨. 뉴스를 볼 때는 앵커에, 드라마를 볼 때는 주인공들의 움직임에 주로 시선이 머물렀다. 하지만 이제는 하나의 프레임 안에서도 그동안 보이지 않던 수많은 것들이 보인다고.


눈높이를 맞추다

지난 20일에는 충남 논산의 감곡초등학교 학생들이 방송국을 찾았다. 처음 보는 세트와 카메라, 조명에 아이들의 고개가 바쁘게 돌아갔다. 견학 코스의 시작은 공개홀. 하지만 방송국 사정상 이번 견학에서는 공개홀 견학이 생략됐다. 대신 가장 먼저 안내된 곳은 뉴스센터. 뉴스센터는 견학 코스 중 가장 인기 코스다. 직접 앵커가 돼서 프롬프터를 보며 뉴스를 진행해볼 수 있기 때문이다.


“자, 여기는 뉴스가 방송되는 곳이에요. 오늘은 여러분이 직접 앵커가 돼서 뉴스 진행을 해볼 거예요. 누가 먼저 해볼까요?”


“저요, 저요!” 여기저기서 손이 올라간다.


견학시간은 총 30~40분 정도. 주요 견학 코스는 공개홀, TV와 라디오 주조정실, 뉴스센터 등이다. 긴 시간은 아니지만 코스에 따라 현장을 보며 설명을 듣고 나면 방문객들은 방송 제작과 송출의 원리를 어느 정도 이해하게 된다.


“초등학생들이 오면 카메라나 뉴스 프롬프터 읽어보기 등 주로 흥미를 가질 만한 것에 중점을 둬서 쉽게 설명을 해요. 대학생들이나 방송 동아리 학생들이 오면 관심사에 따라 좀 더 자세하게 설명하려고 노력하죠. 짧은 시간이지만 이런 경험을 통해 앵커나 기자, PD의 꿈을 키우는 학생도 있을 거라는 생각을 하면 항상 다음엔 조금 더 잘하겠다는 다짐을 하곤 합니다.”


‘황효진’만의 시나리오를 만들어가다

처음 시작할 때 전임자로부터 건네받은 안내 시나리오는 이제 가장자리가 너덜너덜해졌다. 까만 글자만 인쇄되어 있던 시나리오의 여백에도 초록색, 빨간색, 파란색 글자들이 빼곡하게 채워졌다.


“처음엔 실수를 할까봐 거의 시나리오대로 외워서 전달을 했어요. 그러다보니 아무래도 유연성이 좀 떨어졌죠. 하지만 나름 공부도 하고, 방송국 내에서 보고 배우면서 이제는 조금씩 제 언어로 설명을 하려고 노력해요.”


일방적인 전달이 아닌 소통의 방법을 배워가고 있는 황효진 씨. 경험과 노력만큼 설명의 깊이도 더해지고 있다. 아직 미완성이지만 언젠가는 완성된 ‘황효진’만의 시나리오가 만들어지길 기대해본다.


오예진 / 작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