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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지역의건강지킴이닥터人

한의사가 말하는 독감의 치료와 예방

해마다 이맘때가 되면 독감 예방접종을 위해 소아과에 줄이 길게 늘어선 모습을 자주 볼 수 있습니다. 언론에서도 독감 예방백신 수급이 모자란다거나 이상이 없다는 등의 뉴스나 기사를 흔히 접할 수 있습니다. 이렇게 우리 생활에 밀접한 독감은 언제부터 우리 인간을 괴롭혔을까요?


상한론에 기록된 무서운 질병, 독감

역사상 가장 유명한 독감은 1918년에 유행한 스페인독감이라고 봅니다. 전 세계 인구 30%가 이 독감에 감염됐고 적어도 2,000만명에서 1억 명 정도가 죽었다고 추정됩니다. 이는 1차 세계대전의 사망자수보다 몇 배나 많은 수치입니다. 그리고 이 질병의 원인균이 인플루엔자라는 것을 1933년이 되어서 알게 되었습니다.


그 이후로도 1957년 아시아독감은 100만 명 정도의 목숨을 앗아갔고, 11년 후에는 홍콩독감이 유행하면서 70만 명이 사망했습니다. 이보다 오래된 독감의 기록도 있습니다. 한의학의 가장 오래된 경전으로 뽑는 ‘상한론(약 3세기)’은 400여 건의 사례를 들어 외부의 감염으로 인한 증상에 대한 진찰과 치료 기준을 세웠고, 지금도 유용한 처방들을 기록하고 있습니다. 여러 사례들을 살펴보면, 현재 유행하는 독감의 증세와 매우 유사한 증상들이 보입니다.


서문에서 상한론을 집필한 저자인 장중경은 책을 쓰게 된 계기를 써놓았는데, 그 배경은 이렇습니다. 3세기경 중국은 매우 혼란해져서 토지는 귀족들에게만 집중되고 부정부패가 심했으며 전쟁이 잦고 세금이 무거워졌습니다. 농민들의 삶이 무너지고, 유랑민들이 늘어나면서 태평도 같은 신흥종교가 퍼지고 민란도 자주 일어났습니다. 기후도 크게 변하면서 ‘제2차 한랭기’로 지금보다 평균 2~4도 정도 낮아지면서 농작물의 수확량이 급격히 줄어들고 사람들의 면역력도 크게 떨어지던 때였습니다. 이때 상한론의 저자였던 장중경은 “건안(192년) 이래 10년이 되지 않아 우리 일가에 3분의 2가 죽었고, 이 중 70%가 상한에 의해 죽었다”라고 기록했습니다. 그리고 “그때의 의사들이 권세를 쫓고 언변만 화려하게 하면서 병의 치료에는 관심이 없으니 지난날에 내 일족이 죽은 것을 통해 느낀바가 있어서 이 상한론을 저술한다”라고 썼습니다. 이처럼 독감은 옛날부터 일반적인 감기와는 달리 폐렴이나 기관지염 등의 합병증이 쉽게 오고 병의 증상이 극심해서 사망까지 이를 수 있는 무서운 질병이었습니다.


독감을 한의학으로도 치료할 수 있을까?

한의학으로 독감을 치료하려는 시도는 우리나라보다도 가까운 이웃인 일본과 중국에서 많이 연구되었습니다. 일본의 경우 대조관찰연구에서 한약인 ‘보중익기탕’을 투여했을 때 유의미한 독감(인플루엔자) 환자 발생률의 감소 효과를 보았다고 발표했고(BMJ, 2009년), 또 5살부터 35살까지 고열을 동반한 인플루엔자 확진 환자 18명에게 ‘은교산’을 1일 3회 투여한 결과 16명은 24시간 이내에, 나머지 2명은 각각 48시간과 72시간 이내에 체온이 37.4℃ 이하로 떨어졌고, 일주일 동안 재발이 없었다는 임상사례가 보고되었습니다(제59회 일본 동양의학회 학술총회 강연 요지집, 2008년). 이에 따라 일본 의사들로 구성된일본의학회 산하 동양의학회는 독감 치료에 한약 치료 혹은 한약과 양약 병행치료를 권하기도 합니다.


중국 역시 대조관찰연구에서 한약 탕제를 처방받아 상시 복용한 경우, 인플루엔자 유사증상(ILI)의 발생을 감소시켰다는 학술논문이 발표된 바 있습니다(Strait Pharmaceutical Journal,2013년). 또한 A형 인플루엔자 소아환자에게 항바이러스제(Oseltamivir) 한약인 ‘마황탕’만, 항바이러스제와 마황탕 병용, 항바이러스제만 등과 같이 각각 처방하고 해열까지 걸리는 시간을 비교한 결과, 항바이러스제만 복용한 경우 평균 24시간이 소요되었으나 항바이러스제와 마황탕을 병용한 경우 18시간, 마황탕 단독 투여는 15시간으로 현저하게 시간이 줄어든 것으로 조사되었다고 발표했습니다.


일본과 중국, 양국의 연구결과에서처럼 한약 처방도 독감에 충분히 효과를 얻을 수 있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다만 독감에 걸린 후 치료하기보다는 독감에 걸리지 않도록 평소 체력과 면역력을 키워 사전에 예방하는 것이 보다 중요합니다. 나라에서 권장하는 독감 예방접종을 꼭 받고 평소 올바른 생활습관으로 체력과 면역력을 북돋아주면 독감을 자연스럽게 이겨낼 수 있습니다. 아울러 성장기 아이들이나 성인에게도 각자의 체질과 건강 상태에 따라 적절한 한방 처방을 받는 것도 체력이나 면역력 개선에 큰 도움이 됩니다.


도움말 : 박지호 / 한의사


리포터 : 김용삼 대전MBC 닥터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