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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방송 아침이 좋다>부터 <뉴스데스크>까지 감동과 재미, 정보를 박윤희 아나운서가 전합니다

 

 

 

<생방송 아침이 좋다>로 매일 아침 시청자와 만나고, <뉴스데스크>로 매일 저녁 하루의 소식들을 전하고, 토요일엔 <건강플러스>로 시청자들의 건강을 책임지며, 일요일엔 라디오 프로그램 <MBC 초대석>에서 다양한 게스트들과 삶의 희로애락을 풀어내는 박윤희 아나운서. 월요일부터 일요일까지, 그리고 아침부터 저녁까지, 방송으로 채워져 있는 그녀의 일상을 들여다보았다.

 

방송 경력 6년, 나무 아닌 숲을 본다
박윤희 아나운서는 야구광이다. 짧으나 기나 박 아나운서와 대화엔 야구 얘기가 빠지지 않는다. 그런 야구도 그녀 뇌 속엔 점 두 개로 간신히 자리하고 있을 뿐이다. “이게 제 뇌 구조 그림이라면 전체가 방송, 방송, 방송에 대한 생각이고 나머지는 야구 정도?” 큰 원을 쓱∼ 그리고선 점 두 개를 콕. 콕. 찍어 보인다. 점은 ‘야구’, 나머지 공간은 ‘방송’. 심플한 박 아나운서의 뇌 구조. 무엇이 그녀를 이토록 투철한 사명감으로 무장한 방송인이 되게 했을까?


“어느새 아나운서 경력 6년차가 됐어요. ‘방송인이 안 됐다면 뭘 하고 있을까?’란 질문에는 답이 생각나지 않아요. 방송 이외의 일을 하는 저 자신이 그려지지 않아서요. 그래서 제 뇌 구조가 이런가 봐요.”


이렇게 말하면서 ‘풉’하고 웃음을 터뜨린다. 박윤희 아나운서는 유난히 웃음이 많다. 웃음을 못 참아 친구들과 수업 중에 장난을 쳐도 본인만 발각돼 선생님께 혼났다며 으하하∼ 또 웃음을 터트린다. 누군가 말했다. ‘박윤희 아나운서는 공주 외모를 한 남동생’이라고.

 

 

 


“예전엔 화면으로 나가는 모습에 신경 썼는데 이젠 프로그램 송출까지 전 과정을 머리에 담으려고 노력해요. 카메라, 오디오, CG, 편성 등 화면 밖에서 일어나는 전반적인 흐름을 읽으려고 안테나를 세우고 다녀요. 어떤 일이든 한 분야에서 10년을 하면 전문가의 모습을 하고 있어야 하는데 저를 돌아보니 더럭 겁이 나더라고요. 해가 갈수록 경력자로서 느끼는 무게감이 달라요.”


누구도 등을 떠밀지 않았건만 박 아나운서의 일상은 늘 분주하기만 하다. 요즘 그녀의 이런 열정을 더욱 부채질하는 프로그램이 바로 <MBC 초대석>이다. 임세혁 아나운서가 연출을 맡고 박 아나운서가 진행하는 라디오 프로그램으로 지난 6월 5일 첫선을 보였다. 매주 일요일에 전파를 타는 <MBC 초대석>은 프로그램 이름처럼 각계각층의 게스트를 초대해 그들의 이야기를 듣는 프로그램이다. 권율정 국립대전현충원장을 첫 손님으로 지금까지 여섯 명의 명사들이 <MBC 초대석>을 찾았다. 40분 동안 그들의 일과 삶, 그리고 뒤안길의 이야기를 들으며 박 아나운서는 열정의 또 다른 의미를 찾아가는 중이다.


“지난주 초대 손님으로 김승진 선장이 출연했어요. 우리나라 최초의 무동력, 무기항, 무원조 요트 세계 일주에 성공한, 그저 ‘멋지다’라는 감탄사만 연발할 수밖에 없는 분이었어요. 대자연 속에서 겪는 시련을 시련이 아닌 모험으로 생각하는 모습이 가슴 두근거리게 만들었어요. 개인사 때문에 마음이 지쳐있던 제게 정말 소중한 시간이었습니다.”


비가 온다면 피하지 않고 그 속에서 춤을 추리라
“최근 몇 달 사이 악재가 겹쳐서 왔어요. 제 개인의 일이라 밝힐 순 없지만(웃음) 누군가는 평생 한 번 겪을까 말까 하는 일이 연달아 닥쳐 견디기가 힘들었어요. 그 시간을 견디게 해준 것이 방송이었어요. 꺼이꺼이 울다가도 ‘아, 내일 방송!’ 하고 퍼뜩 정신을 차리고 눈물을 그칠 수 있었거든요. 그렇게 방송을 내 삶의 중심에 놓으니 위기도 기회라고 생각할 수 있는 유연한 사고방식도 생겼고요.”


‘털기와 독기’. 이 두 가지로 박윤희 아나운서는 이 자리까지 올 수 있었다고 말한다. 선천적인 비음과 예쁘지 않은 얼굴(동의할 수 없다), 작은 키(이 역시 동의할 수 없다), 발음이 자유롭지 못한 구강 구조. 박 아나운서는 손가락을 하나씩 꼽으며 자신이 타고나지 못한 점들을 꼽았다. 열 손가락을 모두 꼽고도 그녀가 아나운서로서 부족했던 점은 계속 호명됐다. 손가락을 빌려줘야 하나? 싶은 생각이 들 때, 박 아나운서는 배시시 웃으며 ‘하지만’이라고 운을 뗐다.


“간혹 후배들이 목소리가, 톤이 안 좋아서 고민이라고 말해요. 그럴 땐 저는 단칼에 ‘고쳐!’라고 답해요. 목소리는 생활 습관으로 고칠 수 있어요. 짜고 맵고 뜨겁고 찬 것, 인스턴트, 카페인, 술, 담배, 소리 지르기, 늦게 자기 등 습관을 고치면 톤을 다듬을 수 있어요. 그리고 저만 할 수 있는 응원을 해요. ‘내가 할 수 있었으니까 너도 할 수 있어!’ 라고요.”

 


매일 방송이 끝나면 일기로 기록했다던 박 아나운서의 방송일기는 일기보단 반성문에 가깝다. 자책과 회의가 가득했던 지난 시절 자신을 돌아보면 절로 한숨이 나온다. 그런 지독한 자책 속에서도 지금까지 살아남을 수 있던 이유는 훌훌 잘 털고 일어서는 성격 덕분이다.


“신입 시절 제 사수였던 선배의 영향이 컸어요. 그때 그 선배에게 눈물 콧물 다 뽑으며 배운 것들이 지금 제게 큰 재산으로 남아 방송하고 있어요. 아나운서의 기본에 대해서 누구보다 엄격한 기준을 가진 선배였지만 제가 돌이킬 수 없는 방송 사고를 내고 ‘ON AIR’ 불이 들어오면 숨을 못 쉬는 트라우마를 겪을 때 누구보다 따뜻하게 위로해 준 멘토이자 스승 같은 선배였어요.”


‘바꿀 수 없는 일로 고민하지 마라’. 선배의 조언 덕분에 트라우마를 이기고 일을 즐기는 방법도 체득할 수 있었다. 후배에게 저 선배처럼 남고 싶었다.


“인생은 폭풍우가 그치길 기다리는 것이 아니라 그 속에서 춤추는 법을 배우는 일이라고 하잖아요. 전 열심히 춤을 추려고 합니다. 같이 추시겠어요? (웃음)”


P.S. 김경섭 아나운서에게 물었다. 김경섭에게 박윤희란?
“국민 남동생. 누가 저 외모에 남성성을 떠올리겠나. 그러나 저 안에 분명 남자 있다. 반전 매력, 털털한 성격. 그래서 우린 박 아나운서를 좋아한다.”

 

안시언 | 작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