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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만송이 연꽃과 함께한 한여름 밤의 음악여행 대전MBC <특집 MBC 사랑콘서트>를 다녀와서

 

 

무더위도 잊은 수만 인파
며칠 동안 지리하게 이어졌던 장맛비가 무색할 정도로 구름 한 점 없이 땡볕이 내리쬐는 그야말로 뜨거운 주말이었지만, 지난 9일 부여 궁남지는 수많은 인파로 북적였다. 34도에 육박하는 폭염에도 불구하고, 가족, 연인, 동료들과 함께한 관람객들은 삼삼오오 짝을 이뤄 서로 사진을 찍어주고, 연꽃이 만개한 궁남지를 거닐며 주말을 만끽하고 있었다. 해가 조금씩 기울어갈 무렵, 부여 궁남지 일원 연꽃행사 부대행사장에 흩어져 있던 사람들이 저녁 8시에 예정된 대전MBC <특집 MBC 사랑콘서트>를 관람하기 위해 긴 행렬을 이루며 궁남지 수상공연장으로 모여들었다. 낮 동안에는 폭염을 피해 집에서 휴식을 취하다 저녁 즈음 콘서트를 보기 위해 행사장을 찾는 지역민들이 많았는지, 궁남지 주변은 극심한 교통체증을 보일 정도로, 차로 사람으로 인산인해를 이뤘다.
조금 더 좋은 자리에서 콘서트를 즐기려는 관객들로 콘서트 시작 두어 시간 전부터 궁남지 수상공연장 객석은 앉을 자리가 없이 빼곡했다. 공연장 내 객석에 앉지 못한 다른 관람객들은 수상공원 위에 설치된 대형 스크린 주변에 진즉에 자리를 잡고 앉아 공연장 주변이 매우 혼잡했지만, 특별한 사고 없이 안전하고 차분하게 콘서트 준비가 진행됐다. 궁남지 수상공연장 뒤에 임시로 마련된 콘서트 출연자 대기실 주변에는 행여나 자신이 좋아하는 가수가 안에 있나 하는 호기심과 팬심 가득한 청소년들이 둘러싸고 있어서 나도 모르게 괜스레 설레고 마음이 들떴다. 내가 모르는 가수가 나와도 여러 사람이 모여서 호응하고 동화되고, 같이 즐기고 흥이 나는, 축제란 그런 것인가 보다.

 

행복 바이러스에 감염 됐어요~
출연자대기실 옆에 위풍당당 서 있는 대전MBC 중계차량을 부여 궁남지에서 보니 이상하리만큼 반가웠다(여담이지만, ‘만나면 좋은 친구, MBC 문화방송’의 각인효과는 대단한 것 같다). 콘서트 시작이 다가오자 중계차를 오르내리는 스태프들의 움직임이 더 분주해졌고, 식전행사 후 대전MBC 김경섭 아나운서가 무대에 오르자 분위기가 한껏 고조되었다. 특히나 원활한 콘서트의 진행을 위해 출연자 동선을 체크하고 관객들이 제대로 즐길 수 있도록 사전에 관객들과 교류하고 공감을 유도하려는 주최 측의 노력이 돋보였다. 푹푹 찌는 설가마솥더위에도 불평하지 않고 행사장을 지켜준 관객들을 배려해서였을까? 몇 분 지나지 않아 곧바로 미소녀 그룹 ‘퀸비즈’가 무대에 올라 깜찍하고 발랄한 군무로 관중들의 기다림에 화답했다.

 

 

 


공연장 내에 앉아있던 관객 대부분이 중·장년층인 것을 감안해서인지 가수 변진섭의 <새들처럼>을 리메이크한 곡을 부르고 무대를 내려가는 소녀가수를 향해 관객들은 마치 어여쁜 손녀를 대하듯 환한 미소와 열정적인 박수로 환대를 아끼지 않았다. 이어서 ‘영원한 오빠’ 현철이 무대에 오르니 객석에서는 연신 환호성이 터져 나왔다. <아미새>, <봉선화연정>,<사랑의 이름표> 등 귀에 익은 노래들이 메들리로 이어져 나오자 앞줄에 앉아있던 몇몇 어르신들은 너나 할 것 없이 자리에서 일어나 덩실덩실 어깨춤을 추기 시작했다. 마치 행복 바이러스에 감염 된 듯 모두가 하나가 되어 축제 속으로 빠져든 시간이었다.


요즘 최고의 유행어 ‘전해라~’로 일약 스타덤에 오른 가수 이애란의 <백세인생>과 연인들을 위한 사랑의 교과서와 같은 노래 자전거탄풍경의 잔잔한 무대에 이어 콘서트의 대미는 요즘 대세 걸그룹 마마무(MAMAMOO)가 장식했다. 마마무를 보기위해 끝까지 자리를 지킨 청소년들의 우레와 같은 함성소리가 궁남지 주변을 온통 뒤흔들었고, 이에 화답하듯 마마무는 폭발적인 가창력과 무대 매너로 한 여름 밤의 무더위를 기억 저편으로 날려주었다.

 

TV에서 콘서트 방송이 나올 때 잘 모르는 노래가 나오면 채널을 돌려버리곤 했었는데 <특집 MBC 사랑콘서트> 공개방송 현장에서 나도 모르게 현철 아저씨의 <사랑의 이름표>를 흥얼거리고 ‘~전해라’를 따라 부르게 되는 분위기가 무척이나 신기했고, 즐거운 경험이었다. 각자의 개성과 세대를 넘어 한자리에서 ‘같은 즐거움을 나눴다는 것’만으로도 음악이 주는 힘을 느낄 수 있었고, 그 뒤편에서 구슬땀을 흘리며 조용한 조력자가 된 스태프들 모두에게 미안함과 동시에 감사한 마음까지 들었다. 이제부터라도 그리 멀지 않은 <대전MBC 콘서트> 현장을 찾아 다시 한 번 행복 바이러스에 감염돼 보는 것도 한 여름 무더위를 잊는 좋은 방법일 듯싶다.

 

채건하 | 대전MBC 블로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