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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디오코너

유흥식 라자로 주교와 함께한 대전MBC라디오 <MBC 초대석




“사람보다 소중한 것은 없습니다”


불모의 땅을 파헤쳐 한 그루 나무를 심을 줄 알고,

사과 한 개라도 나눠 가질 줄 아는 것, 이것을 김남주 시인은 사랑이라고 했다.

받는 것보다 주는 것이 행복하다는 유흥식 라자로 주교를 만나고 있노라니

사랑으로 충만한 사람의 기운이 이런 것임을 몸소 느끼게 되어

함께한 모든 분들에게 행복한 방송이었다.



프란치스코 교황과 함께했던 그날

2014년 8월 대한민국에는, 특히 대전과 충남지역에는 세계적인 이목을 끌었던 일이 있었다. 프란치스코 교황의 방문. 아시아청년대회에 참가하는 학생들에게 무언가 새로움을 줄 만한 프로그램이 없을까 고민하던 시기에 유흥식 천주교 대전교구장은 장문의 편지를 쓴다. “이 시대를 살아가는 젊은이들에게 희망을 주소서. 어머니 같은 교회, 성당을 만드는 데 일조를 하고 싶습니다. 역사적으로 천주교 순교자가 많은 이곳, 대전 충청 한국을 방문해 주소서.” 기적이었을까? 프란치스코 교황은 한국에 가야 한다는 메시지가 머릿속에게 울려 퍼졌다고 한다. 유흥식 라자로 주교의 진심은 이렇게 교황의 한국 방문을 가능케 했다. 교황 방문 이후 한국 사회에 가져온 변화와 파장을 보면 그의 방한 추진이 얼마나 위대한 것이었음을 알게 된다. 우리 사

회가 안고 있는 부조리를 외면하지 않고, 정면으로 직시하려는 움직임이 태동했고, 가톨릭 교회도 변화와 쇄신의 노력에 더욱 매진하는 분위기로 만들어 놓았다고 생각한다.



나의 세례명은 거지 ‘라자로’

충남 논산에서 3남매의 막내로 태어난 유흥식 주교의 어린 시절은 배고픔으로 기억된다. 생후 6개월 뒤 발생한 한국전쟁. 젖먹이 시절 아버지를 여윈 그이기에 아버지의 얼굴을 기억하지 못한다. 3남매를 혼자서 키우느라 고생하셨을 어머니. 외가 식구들에게 어린이 유흥식은 고집이 센 어린아이여서 무언가 되면 크게 될 것이란 말을 종종 들었다고 한다. 어린 시절 별명은 목소리에서 풍겨 나오는 이미지로 뚝배기였다 하니, 그의 까만 얼굴과 푸근함으로 그 별명을 연상 짓지는 말자. 학창시절 다니던 성당에서 그에게 사랑과 격려를 아끼지 않으셨던 수녀님의 권유로 신부의 삶을 꿈꾸며 논산 대건중, 대건고를 거쳐 신학대학에 입학한 그는 이탈리아로 떠난 유학이 그의 생을 결정지었다고 얘기한다. 그곳에 있었던 세계 각국의 신부님들에게 금전적, 정신적 후원을 받으며 공부할 수 있었던 그는 그 이후 베푸는 삶에 뛰어들게 된다. ‘라자로’의 세례명은 의외로 간단한 작업(?)으로 명명되었다 한다. 그의 음력 생일과 일치하는 성인을 찾아보니, 생전에 거지였었고 천국에 가서 부활해 예수님의 친구가 되었던 ‘라자로’였던 것이다. 프란치스코 교황을 벌써 세번이나 알현한 그는 이런 세례명 덕분에 교황에게 더 친구처럼 다가갈 수 있었다고 한다.




촛불집회, 전화위복의 계기로 삼아야

천주교 주교회의 정의평화위원장을 맡고 있는 그는 사회적 약자의 편에 서서 얘기하고, 그들이 어려움을 겪는 현장을 직접 방문한다. 위안부 할머니들의 나눔의 집이며, 시위 도중 물대포에 의식을 잃은 농민이며, 환경이 훼손된 자연현장까지. 그의 방문과 메시지는 세상 그 무엇의 가치보다 사람이 우선임을 강조한다. 지난해 연말부터 주말이면 계속되었던 촛불집회를 보고 그는 말한다. 사람에 대한 소중함, 희망의 사회를 국민 모두가 만들어야 한다는 사명감을 확인한 계기라고. 더불어 사회에대한 메시지를 뛰어넘어 이를 자기 자신에게 귀결시켜야 한다고. 나 자신을 비우고, 낮추고, 감사하는, 그리고 스스로를 돌아보는 전화위복의 계기로 삼아야 한다고 강조한다. 정직, 정의,가난한 사람을 생각하라는 메시지였음을 많은 국민들이 깨닫기

를 바라며 40분의 녹음을 마무리했다.



더 행복해지는 방법은 아낌없이 주는 것

모시기 힘든 분을 모셨다. 사람들을 만나느라고 좋아하는 책을 읽을 시간도 없다는 유흥식 주교님의 방송 출연은 제작진을 설레게 했다. 자외선 차단크림을 바르시라는 주위의 권유에도 꿋꿋하게 고집(?)을 부리며 까무잡잡한 얼굴색에 미소가 떠나지 않는 그분의 용모를 보고 있자니 보는 사람도 더불어 온화해진다. 또 만나는 사람마다 덕담을 건네는 모습에 고개가 절로 숙여지고, 자신을 낮추고 더 행복해지기 위해 주는 것을 아끼지 말라는 말씀을 대하니 나 자신을 돌아보게 되고 스스로 부끄럽기까지 했다.


“누구도 이웃에게 아무 것도 줄 수 없을 만큼 가난한 이도 없고,이웃의 도움이 전혀 필요하지 않을 만큼 부자도 없습니다. 세계10대 경제대국에 든 우리가 모자란 것만 채우려 하기보다, 비록 부족해도 이웃과 나누고 소통하면서 어려운 현실을 함께 극복해 갔으면 좋겠습니다.”


진행자인 김지원 아나운서와 필자를 비롯해 제작 스태프들 모두에게 크나큰 울림을 전해준 유흥식 주교님. 앞으로도 종교계의 큰 어른으로, 대한민국의 존경을 받는 인물로 우리 옆에 자리해 주시길 바란다.


임세혁 아나운서 / 편성제작국 제작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