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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디오코너

김장훈, <즐거운 오후 2시>를 습격하다, 31일, 김장훈 25th 기념 콘서트

 

 

김장훈이 온다, 반할 준비하시길
지난 17일, 대전MBC 라디오 스튜디오를 방문한 김장훈은 등장부터 활력 넘쳤다. 안 그래도 떠들썩한 <즐거운 오후2시>가 그의 등장으로 더욱 소란스러워졌다. 생방송 진행에 타고난 방송인 김주홍과 이수진, 거기에 김장훈이 합세했다. 4부 초대 손님인 김장훈은 3부에서 4부로 넘어가는 동안, 오랜동안 알고 지낸 친구의 집을 방문한 듯, 제 것처럼 헤드폰을 쓰고 온에어가 켜진 스튜디오에 자리 잡는다. 십년지기 친구처럼서로를 반겼다. 알고 보니 김주홍과는 스튜디오에서, 이수진과는 로비 화장실 앞에서 첫 대면한 사이라고. 아무튼 즐거운 습격이다.

 


“대전에서 얼굴을 자주 본다고 이곳이 고향인 줄 아는 팬이 많아요. 아예 집을 대전에 마련할까 봐요. 오늘은 시간이 많지 않으니 제 노래는 1절만 듣고 얘기를 많이 하죠. 제 노래가 이렇게 길었네요. 다음 노래부턴 들었다 치고~ 말을 많이나눕시다.”


신나는데 슬픈 노래 ‘나는 남자다’가 너무 길어 다음 노래는 생략하자고 김장훈이 권했다. 노래가 직업인 가수가 노래를 넘어가자니. 그동안 어떻게 참았나 싶게 김장훈은 이곳에서 할 말이 참 많았다. 그만큼 인연과 애정이 깊은 대전. 전국을 골고루 다니더라도 대전은 꼭 한 번 더 오게 되더라고, 제 심리적 고향이 대전이라고 그는 고백한다. 그래서 자신의 25년 여정을 돌아보는 콘서트를 대전에서 하기로 했다고. 작년 한빛 콘서트에서 억수처럼 내리던 가을비를 맞으며 관객들과 방방 뛰던 김장훈에게 반해 팬이 되어 돌아간 대전 시민에겐 여간 반가운 소식이 아닐 수 없다. 발표 곡의 목록보다 기부 관련 항목이 더 많은 가수, 어린 시절 병을 앓아 꼬박 3년 병원 신세를 지고 난 후 하고 싶은 거 다 하고 살기로 했다는 싱어송라이터이자 독도 지킴이 김장훈을 우리는 벚꽃이 피기 시작하는 3월 말에 다시 볼 수 있다.

 

 

한 뼘 더 가깝게, 소극장에서 만나는 김장훈
올해가 데뷔 25주년이라는 김장훈은 전국투어 콘서트 대신 대전 소극장 콘서트를 선택했다. ‘시간이 훌쩍 갔다’라고 지난 25년을 짧게 응축한 그의 말은 그래서, 앞으로의 시간이 소중하다는 의미의 역설이었다. 그가 시설 완비된 대형 콘서트장보다 이장님이 마련한 주민회관에서 노래를 부르는 이유이기도 하다. 한 뼘 가까이, 그들과 호흡하려는 이 바람직한 자세는 김장훈이기에 설득력을 갖는다. 겉만 번지르르한 ‘공유’를 외치던 셀러브리티를 우리는 얼마나 지치게 봐 왔던가. 그래서 미취학 아동부터 82세 어르신까지 ‘스탠드 업’ 시키는 그의 마법 같은 공간을 그리워했을지 모른다. 그리고 그들의 스탠드 업은 속 터지는 남편을 떼 놓고 혼자 오라고 콘서트 티켓을 투척하고, 마을회관을 돌아다니다 만난 어르신의 굽은 등을 끌어안길 주저하지 않는 그의 행보에 자발적인 동화인 것이다. 본적을 독도로 옮기고 무대 위에서 시원스럽게 발차기를 대신 해 주며 자신의 생각을 거리낌 없이 표현하는 사람. 그래서 나 대신 판을 엎을 수 있고, 세상을 향해 바른 소리를 확성기 틀고 대신 소리쳐 줄 것 같은 사람이 가수 김장훈이다.

 

 

 

“기댈 곳 없고 마음 비빌 곳을 찾는다면, 찾아오세요. 31일 대전으로 제가 만나러 옵니다. 맘 같아선 <즐거운 오후 2시>에 고정 코너로 남고 싶지만.”


빡빡하고 고되지만 그래도 세상은 살만하다고 외치는 이 남자를 찾아가 보자. 가슴 뻥 뚫리는 신세계, 당신도 한 번쯤 위로를 받아야 하니까.

 

안시언 / 작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