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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과건강을

한의사의 처방전, 그릇에 담다



“돈은 부족하면 빌릴 수 있고

능력이 부족하면

옆 사람에게 기댈 수 있으나

건강은 그럴 수 없다”



환자를 진료하고 학술지에 논문을 발표하고 그 와중에 꾸준히 개인 SNS에 약선 요리를 선보이고 책도 펴냈다. TV에도 가끔 얼굴을 비치며 약이 되는 음식 레시피를 처방하고 직접 요리도한다. 약식동원(藥食同源), 역지사지(易地思之). 몸이 열 개라

도 모자란다는 유승선 한의사가 그 와중에도 요리에 관심을 갖는 이유다.


“어릴 때 비염, 아토피, 천식을 앓았어요. 힘들었죠. 생각해보면 그때 내가 사는 게 사는 게 아니었구나 싶어요. 음식이 약이 되는 것을 실감했던 시절이 그때였어요. 지금 환자를 치료하며 체질에 맞는 음식과 요리법을 추천하는 이유도 제가 겪어봤기 때문이죠.”


모두 아는 말이지만 음식만큼 좋은 약도 없다. 그러나 자주 망각한다. 그렇기에 유승선 한의사의 잔소리는 잠시 잊고 살았던 약식동원을 실천할 수 있는 좋은 채찍이 된다. 지난 6월 12일 <생방송 아침이 좋다> 초대석에 출연한 유승선 한의사는 여름을 건강하게 보낼 수 있는 주스를 여러 가지 일러줬다. 유승선 한의사의 약선 요리는 만들기도 쉽고 구입은 더 쉬운 재료를 사용한다. 냉장고를 열어 뚝딱 만들 수 있는 요리가 맛도 좋고 건강에도 좋은 약이 된다.


그래서 유승선 한의사는 환자에게도, 시청자에게도 인기 만점이다. 여기저기 출연 섭외가 끊이지 않지만 한의원에서 기다릴 환자를 생각하면 자주 얼굴을 내보일 순 없다. 그래서 SNS에 요리 방법과 효능, 레시피 소개를 꾸준히 하고 있다. 약이 되는

주스는 101가지를 묶어 책으로 출판했다. ‘약 대신 주스’는 대만에도 출판되어 한국 한의학을 알리는 좋은 계기가 됐다. 완치가 어려운 색소성 자반 환자에 대한 치료 사례 논문을 국제 학술지에 발표하며 한의학의 우수성 제고에도 단단히 한몫했다. 정말 몸이 열 개라도 모자랄 것 같은데 정작 본인의 건강은 어떻게 챙기고 있을까.


“제 활동의 에너지원은 병으로 아팠던 시간의 기억이에요. 하고 싶은 일을 마음껏 하고 산다는 것이 얼마나 소중한지 그때 알았거든요. 그래서 다시 아프지 않도록 평소 건강관리에 애쓰고 있어요. 저는 몸이 냉한 체질이라 여름에도 차가운 음식을 멀리하죠. 저와 같은 체질인 분들은 여름엔 특히 장 기능을 보할 수 있는 음식을 가까이해야 합니다.”


많은 환자를 대하며 말로 요리를 설명하려다 보니 한계가 있었다. 그래서 한의원 한쪽에 아예 쿠킹 스튜디오를 차려놨다. 그가 진료하는 동경한의원은 자반증 환자가 많다. 자반증은 국내에서 다소 생소한 질병으로 면역력 저하로 몸에 붉은 반점이 생

기는 질환이다. 합병증과 신장염을 유발하고 아이의 경우 심한 스트레스를 받아 심각한 질병으로 발전할 가능성이 높아 치료 시기를 놓치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 무엇보다 음식과 연계해야 하는 질병으로 유승선 한의사는 꼭 채소를 권하지만, 무작정 아이에게 채소를 들이대다 식탁이 전쟁터로변했다는 엄마의 푸념도 늘 함께 돌아왔다.


“그럴 땐 아이를 쿠킹 스튜디오로 데려가 같이 요리를 하죠. 아이 체질에 맞는 채소, 본인에게 어떻게 작용하는지를 설명하고 아이 체질에 맞는 요리를 보여줘요. 과정을 함께하면 아이가 정말 좋아해요. 그러고 나면 아이에게 채소는 더 이상 괴물이 아니죠. 이렇게 아이에게 음식이 도움이 되고 무사히 치료가 끝난 후 아이가 함박웃음을 지어 보일 때 세상에 그런 천사는 없을거예요. 이럴 땐 ‘더 열심히 해야지’ 하는 생각도 들고, 보람도 느끼고 그렇습니다.”


의사다운 처방전, 의사답지 않은 음식 솜씨의 유승선 한의사는 모두가 건강한 여름을 보내라는 의미로 약이 되는 주스 두 가지를 일러준다. 레시피를 처방하며 “돈은 부족하면 빌릴 수 있고 능력이 부족하면 옆 사람에게 기댈 수 있으나 건강은 그럴 수 없다”라며, 꼭 건강할 때 소중히 지키길 바란다는 잔소리도 빼 놓지 않는다.




안시언 / 작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