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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가사람들

붓 하나로 천 개의 얼굴을 만드는 사람 - 장혜경 분장실장



장혜경 분장실장

2002년 ~ : 방송분장사로 활동

2011년 ~ : 대전MBC 분장실장


“꿈을 이루어준 곳, 대전MBC”

매주 목요일은 <시사플러스> 녹화가 있는 날, 오늘은 임세혁 아나운서의 얼굴이 장혜경 분장실장의 캔버스가 된다. 붓을 든 지 불과 10여 분, 빠르고 정확한 손길에 의해 ‘화면용 얼굴’로 재탄생된다. 임세혁 아나운서는 장실장을 대전MBC로 이끈 장본인이기도 하다.


“2000년대 초반에 대전MBC에서 프리랜서로 일하다가 출산 때문에 쉬고 있었는데 임세혁 아나운서에게 연락이 왔어요. 회사에서 분장팀을 재정비하는데 지원해볼 생각이 없냐고요. 가슴이 막 뛰었죠. 둘째가 8개월밖에 안되었을 때라 시어머니께서 심하게 반대를 하셨고 저도 고민이 많았지만 다시 기회가 오지 않을 것 같아 팀을 꾸려서 지원을 하게 됐어요.”


어려서부터 메이크업아티스트가 유일한 꿈이었던 장실장에게 대전MBC는 꿈을 이루어준 곳이다. “매력이 많은 직업이에요. 내손으로 메이크업한 사람이 TV에 나온다는 게 뿌듯하죠. 그만큼 힘든 점도 많아요. 처음 두세 달은 매일 울면서 다녔어요. 일을 시작했을 때 마침 로컬 프로그램이 늘어나고 출연진도 많다 보니 팀원들이 버티지 못하고 매일 바뀔 정도였어요. 의상 협찬을 구하는 일도 쉽지 않아서 매일같이 의류 매장들을 돌고 또 돌아야 했죠.” 하지만 특유의 성실함과 긍정마인드로 지금은 탄탄한 팀워크와 다수의 협찬처를 확보하고 있다.


“친화력도 좋고 감각도 있어서 아나운서들이나 리포터들이 장실장을 무척 신뢰합니다. 분장실장은 관리만 하는 경우가 많은데 장혜경 실장은 헤어, 메이크업, 코디까지 직접 다 챙기고 있어서 더 믿음이 갑니다. 그런데 딱 한 가지 단점이 있어요. 정작 본인은 메이크업도 잘 안하고 옷도 털털하게 입고 다니죠. 조리사가 집에서 요리 안하는 거랑 똑같아요.(웃음)” 분장을 마친 임세혁 아나운서의 ‘츤데레스러운’ 칭찬 속에 장실장에 대한 신뢰가 뚝뚝 묻어난다.


“아무것도 하지 않은 것처럼”

“요즘은 자연스럽고 나이보다 어려보이는 동안메이크업을 선호하는 경향이 있어요. 그래서 색조를 화려하게 하기보다는 피부톤을 정돈하는 데 신경을 많이 쓰고 헤어스타일도 과해 보이지 않게 하는 편이죠. 그런데 자연스러워 보인다고 손이 덜 가는 건 절대 아니에요. 오히려 더 세심하게 신경을 써야 하죠.”


방송분장은 모니터로 봤을 때 자연스러운 색조와 전체적인 조화가 중요하다. 그래서 일반 화장과는 달리 세트의 배경색이나 의상의 색에도 신경을 써야 한다. “같은 화장품을 쓰고 같은 색으로 분장을 해도 사람에 따라 다르고 세트의 배경색에 따라 피부톤도 매번 달라 보여요. 그래서 항상 꼼꼼히 모니터링을 하고 출연자들이나 시청자들의 의견도 귀담아 듣고 있어요.”


5년 넘게 매일같이 해온 일이지만 하루도 긴장을 늦출 수 없다는 장혜경 실장. 빠르게 변화하는 메이크업 트렌드를 파악하고, 모공 하나, 머리카락 한 올까지 담아내는 방송장비의 진화에 맞춰 분장도 함께 보조를 맞출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



“더 큰 꿈을 위해”

20대 초반에 방송분장일을 시작해 지금은 세 아이의 엄마가 됐다. 둘째와 셋째는 벌써부터 화장에 관심이 많다. 막내아들은 이제 겨우 네 살인데도 립스틱으로 자신의 얼굴에 초현실주의 작품을 그리고 헤어스타일에도 관심이 많다. 엄마의 끼와 재능을 닮은 모양이다.


출연자들 콧잔등에 피지가 몇 개 더 생겼는지는 금방 알아봐도 남편 얼굴에 생긴 뾰루지는 몰라본다는 그녀. 이미 분장사의 꿈을 이루었지만 앞으로 자신의 메이크업 숍을 내고 싶다는 더 큰 꿈을 꾸고 있기에 새벽 5시 30분부터 시작되는 하루가 힘들지만 즐겁다.


P.S. “방송국 분장실 일이라는 게 혼자 힘으로는 절대 할 수 없는 일이예요. 손이 빨라 두 명 몫을 톡톡히 해주는 임미희 분장사. 긍정적인 성격으로 분장실 분위기 메이커인 최유미 분장사. 뒤에서 묵묵히 자기 할 일을 열심히 해주는 막내 최서린 분장사. 그리고 혼자 많은 프로그램 의상협찬을 전부 소화하고 있어 존경스럽기까지 한 라보라 스타일리스트. 모두들 한마음으로 열심히 일해주고 있어 지금까지 올 수 있었습니다. 대전MBC 최강 분장팀! 늘 감사하고 사랑합니다.”


권용남 / 작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