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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과 갈등 속에 핀 조화와 승리를 만나다 대전시립교향악단 마스터즈 시리즈9

연일 무지막지한 말들이 뉴스의 중심을 장식합니다. 지난 시절 종종 접했던 남북한 긴장 상황에 훈련이 잘된 덕인지(?) 우리가 크게 동요하지 않는 모습에 해외 언론들은 조금은 놀랍다는 기사를 내보냅니다. 때마침 지난 9월 14일 대전예술의전당 아트홀에서 열린 대전시립교향악단의 ‘마스터즈 시리즈9’의 주제가 ‘전쟁과 갈등 속에 핀 조화와 승리를 만나다’라고 하니 지금의 상황을 예측이라도 한 것 같습니다




대전광역시와 대전MBC가 함께 주최하는

‘대전시립교향악단 마스터즈 시리즈’

대전시립교향악단은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수준으로 성장한 대전시민의 교향악단입니다. 1984년에 창단되어 수준 높은 소리의 조화를 들려주는데, 정통 클래식인 마스터즈 시리즈를 비롯하여 디스커버리, 챔버, 스쿨클래식, 화목한 문화산책이나 보문산 숲속의 열린음악회 등 스페셜 연주회, 원도심을 찾아가는 해피클래식, 신인 연주자 발굴 시리즈와 해외 초청연주회까지 1년 동안 100회가 넘는 연주회를 합니다.


지난 8월 25일, 대전시향은 보문산 숲 속의 열린음악회에서 밤하늘을 아름답게 울린 연주를 들려주어 2,000명이 넘는 관중의 열광적인 호응을 얻었지요. 작년 9월에는 상임지휘자 겸 예술 감독인 제임스 저드의 취임연주회에서 대전시향의 소리가 달라진 것이 느껴질 정도로 ‘신기한 경험’을 했습니다. 이후 마스터즈 시리즈는 거의 빼놓지 않고 참가했는데, 올해 13회째는 대전예술의전당 아트홀에서 있었습니다. 송년음악회를 제외한 12번의 연주회를 대전광역시와 함께 대전MBC가 주최한다고 합니다.


제임스 저드와 함께 전임지휘자 류명우, 수석객원지휘자 마티아스 바메르트로 지휘 체계를 갖추고 100회가 넘는 연주회를 소화하는데, 마스터즈 시리즈가 열리는 날은 공연 시작 40분 전에 대전예술의전당 아트홀 2층 클라라홀에서 프리뷰 해설이 진행됩니다. 관람객의 이해를 돕고 음악적인 소양을 높일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되니 연주회에 오시면 꼭 참석해보길 바랍니다.


올해 ‘마스터즈 시리즈9’에서는?

9월 14일에 열린 마스터즈 시리즈9는 제임스 저드 감독이 취임1주년을 맞는 한층 의미 있는 연주회였습니다. ‘전쟁과 갈등 속에 핀 조화와 승리를 만나다’라는 주제로 바이올린과 비올라를 위한 모차르트 협주곡과 쇼스타코비치 교향곡 제7번 ‘레닌그라드’를 연주했습니다.


바이올린은 대전시향의 김필균 악장이, 비올라는 폴 뉴바우어 교수가 협연했는데, 나이를 가늠할 수 없는 최강 동안 김필균 악장의 섬세한 바이올린과 그보다 조금 묵직한 비올라의 음색이 조화를 이뤘습니다. 비올리스트 폴 뉴바우어는 현재 줄리아드 음악학교와 메네스 음대 교수로 재직 중이라는데 연주회가 끝나고 아트홀 로비에서 한국 음악팬들과 사진을 찍을 때 어린이들과는 눈높이를 낮추어 찍는 등 이웃집 아저씨 같은 편한 인상이었습니다.


쇼스타코비치 교향곡 제7번 레닌그라드는 연주회에서 처음 들었는데, 4악장으로 된 전곡을 연주하는 데 시간이 무려 80분이 넘을 정도의 대작이었습니다. 관악기와 타악기가 전체 곡의 느낌을 주도하였고, 특히 잉글리시 호른 8대, 트럼펫 6대 등 관악기 주자가 30명을 훌쩍 넘는 것 같았습니다. 각종 타악기도 여섯 종류나 등장하며 팽팽한 김장감을 전해줬습니다.


지금 상트페테르부르크라고 하는 도시는 구소련의 레닌그라드입니다. 20세기 구소련 체제에서 제2차 세계대전을 겪은 쇼스타코비치가 독일 나치군에 포위되었던 레닌그라드에서 애국심을 고취시키려고 작곡한 곡으로, 힘 있는 감성을 담은 관악기와 타악기를 대거 넣은 것 같습니다. 나중에 삭제되긴 했지만 처음에는 각 악장마다 ‘전쟁, 회상, 나의 조국, 승리’라는 부제가 붙어있었다고 하니 연주회의 주제와도 이렇게 연관이 되는군요. 그나저나 이런 대곡을 연주하려면 내내 서서 지휘하는 지휘자의 체력이상당해야 할 것 같았습니다.


다음 마스터즈 시리즈10은 올해 북미 ‘반 클라이번 국제콩쿠르’에서 한국인 최초로 우승하여 현재 미국 내 클래식 음악계에서 최정상의 인기를 누리고 있는 피아니스트 선우예권이 협연한다고 합니다. 표는 5,000원부터 30,000원까지 있으니 좋은 기회에 꼭 감상해보길 추천합니다.


주영선 / 대전MBC 블로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