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CEO의창

카멜레온 효과



카멜레온 효과

‘카멜레온 효과’라는 것이 있다고 합니다. 카멜레온은 도마뱀류의 동물로 몸 색깔을 자유자재로 바꾸는 것으로 잘 알려져 있습니다. 더 강한 동물에게 먹이가 되지 않기 위한 생존의 방편으로 주변의 환경과 비슷하게 몸 색깔을 바꾼다는 것이 과학자들의 설명입니다. 이 카멜레온에서 유래된 행동심리적 현상이 ‘카멜레온 효과’라고 하는데, 사람들은 누구나 주위 사람과 비슷하게 행동을 한다는 것입니다. 네덜란드의 심리학자가 이 현상을 밝혀 냈는데, 그가 사람들이 식사하는 모습을 3,888회에 걸쳐 관찰한 바에 따르면, 사람들은 마주 앉은 사람이나 옆에 앉은 사람들이 한 번에 입에 집어넣는 음식의 양과 비슷한 양을 자신의 입에 집어넣었으며, 전체 식사량도 비슷했다는 것입니다. 식사 도구를 쓰는 방법도 비슷했습니다.

지금 이 말을 들으면, “그건 당연한 것 아니야?”라고 할지 모르겠지만, 당연한 현상을 체계적으로 설명하는 것이 과학이지요. 실제 우리는 다른 사람과 비슷한 양의 밥을 숟가락에 담아서 먹고 비슷한 양의 반찬을 젓가락에 집어 먹지요. 티스푼에 밥을 떠먹거나 주걱만한 숟가락에 밥을 퍼서 먹는 사람은 정신이 좀 이상한 것 아닌가 의심을 받을 정도입니다. 중국 식당에서 처음 중국식 스프 숟가락을 봤을 때 매우 이질적인 느낌을 받았던 기억도 떠오릅니다. 이처럼 다른 사람과 비슷하게 행동하는 현상을 바로 ‘카멜레온 효과’라고 하는데, 사람들이 이런 행동을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그것은 궁극적으로 ‘생존본능’과 관련이 있다고 합니다.


이 말을 설명하는 속담도 많습니다. ‘유유상종’이라는 말도 있고, ‘모난 돌이 정 맞는다’라는 말도 있지요. ‘부부는 닮는다’라는 말도 있습니다. 그러니까, 사람들은 옆 사람과 비슷하게 행동해야지 튀지 않고, 그래서 무탈하게 사회생활을 하게 된다는 겁니다. 자신과 비슷한 사람과 어울리는 ‘유유상종’을 해야 편하고 ‘모난 돌’이 되지 않으려 노력합니다. 가장 많이 시간을 보내는 ‘부부’는 비슷한 표정을 짓고 같은 얼굴 근육을 움직이다 보니 오래 살면 닮게 된다는 거지요. 금슬이 좋은 부부는 더 많이 닮고 사이가 좋지 않은 부부는 그리 닮지 않는다는 말도 있는데, 이건 얼마나 과학적인 근거가 있는지는 모르겠습니다.



"아니면, 사람은 카멜레온에 비할 수 없는

영장이니 ‘카멜레온 효과’를

극복하는 것이 옳은 걸까요?"



집단 속에서 살아야 하는 것이 인간의 숙명이기 때문에 ‘왕따’가 되지 않으려면 옆 사람과 비슷하게 행동해야 안전하다고 느낍니다. 때로는 자신의 생각과 반대되는 행동을 따르는 경우도 있는데, 이것도 ‘카멜레온 효과’로 설명할 수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특히 다수가 특정 방향으로 의사 결정을 할 때, 본인은 생각이 달라도 그 방향으로 움직여야 안전하다고 생각합니다. 가령, 아프가니스탄 같은 곳에서는 부르카(전신을 덮는 여성의 겉옷)를 입는 것에 반대하면서도 입지 않으면 닥칠 수 있는 위험(피살, 피습 등)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여성들은 부르카를 입게 된다는 겁니다. 이것은 극단적인 경우이고, 일상에서도 이런 일은 흔히 일어납니다. 같은 부서에서 어떤 결정을 하는데, 내가 속으로 생각하는 것은 다르지만 다수의 결정에 따라가는 것 말입니다. 다수와 비슷하게 행동해야 소수로서 받는 피해를 피할 수 있다는 겁니다. ‘모난 돌’이 되어서 정을 맞는 일을 피한다는 ‘생존 본능’이지요. 주변 사람이 갑자기 ‘색깔’을 바꾸는 것을 보면 때로는 당황스럽기도 합니다. 그렇게 색깔을 바꾸어야 할 정도로 존재에 대한 위협이 있었나 하는 의문을 품는 일도 있습니다.


‘카멜레온 효과’는 의상에서도 나타납니다. 직장에서는 주로 정장을 입어야 하지만, 여름 휴가철 해변에서는 정장을 입는 것이 오히려 이상하지요. 튀지 않고 안전하게 스스로를 보호하라고 공식 만찬에서는 아예 주최 측이 미리 ‘드레스 코드’를 정해주기도 합니다. 카멜레온이 주위 색깔과 비슷하게 몸 색깔을 바꾸듯이 하여간 주위 사람들하고 비슷하게 행동을 맞춰야 안전하다는 데서 이런 제도가 만들어졌겠지요. 사람이나 카멜레온이나 생존을 위해 ‘변신’을 하는 것은 무죄라고 해야 할까요. 아니면, 사람은 카멜레온에 비할 수 없는 영장이니 ‘카멜레온 효과’를 극복하는 것이 옳은 걸까요?


대전MBC 사장 이진숙


'CEO의창' 카테고리의 다른 글

성공이 최고의 복수다  (0) 2017.06.08
매니저 2  (0) 2017.06.02
다음 세대를 위한 옥상  (0) 2017.05.18
마크롱, 관습  (0) 2017.05.12
라면과 스파게티  (0) 2017.05.04